예지는 나랑 닮은 구석이 많으면서도 종종 ‘확실히 딸은 좀 다르구나’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다. 엄마와 아빠가 다투고 있는 것 같으면 쪼르르 와서 “아빠, 나쁜 소리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가끔은 꽤나 철이 든 소리를 해서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월요일에 예지 엄마는 지도교수와 미팅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지난 주 일요일은 내가 예지를 재웠는데 엄마가 잠자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 자는데 안 와보는 것이 이상해 보였었나 보다.
예지: 아빠, 엄마는 뭐해요?
나: 엄마는 내일 선생님이랑 미팅이 있어서 그거 준비하고 있어요.
예지: 왜 내일 미팅이 있어요?
나: 선생님이랑 내일 만나기로 했대요.
예지: 선생님이랑 미팅하면 뭐해요?
나: 응, 엄마가 선생님이랑 논문쓰는 게 있는데 그거 얘기할 거예요. …(후략)
다음날. 보통 예지 엄마의 출근 시간이 가장 이르기 때문에 아침에 나서면 예지 엄마를 제일 먼저 떨궈준다. 근데 엄마가 차에서 내려서 문을 닫으려는데 예지가 급하게 엄마를 부르더니 “엄마, 미팅 잘하고 오세요!” 한다.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도 신통하지만 엄마하고 빠이빠이 할 때 그런 이쁜 말을 던지는게 참 기특하다. 딸은 이런 재미로 키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