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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Center

Posted on Mar 11, 2013

두 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예지를 after-school care program에 보내고 있는데 굉장히 가기를 싫어한다. “Play Center 안 갈거야!”란 말을 인상 잔뜩쓰고, 자러가기 전에, 때로는 일어나자마자 끊임없이 얘기한다. 꼭 자기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엄마아빠한테 생생히 알려줘야 겠다는듯이. 왜 싫으냐고 물어보면 그냥 오래 기다리는 게 싫다고 하고 데려다 놓으면 잘 노는 걸로 봐서는 Play Center 자체가 싫어서라기 보다 집에 일찍오지 못하는 게 마음에 안들어서 인 것 같은데 어쩌랴. 엄마아빠가 일을 해야 해서 그런 거니 예지가 좀 기다려줘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고 잘 타일러 보는데, 자꾸 싫다면서 눈물이 글썽글썽하면 나도 마음이 아프고, 또 조곤조곤 얘기해서 왜 거기서 기다려야 하는지 알아듣는 것 같으면 그 또한 대견해서 짠하다.

예지

Posted on Jan 11, 2013

예지 방과 거실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한동안 잔소리를 했더니 며칠 전에 예지가 학교 갔다와서는 “너무 messy해!” 투덜투덜 하면서도 방과 거실을 싹 치우고는 깨끗해졌다고 씩 웃는다. 기특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어지르고 다닐만 한 나인데 너무 깨끗이 하라고 강조를 했나 싶어서 짠했다.
또 며칠 동안은 예지가 늦게 일어나서 학교갈 준비 할 시간이 바쁘다고 (잔소리는 아니었지만) 했더니 오늘은 아침 준비하는 동안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욕실에 물트는 소리와 함께 들렸다. 와플 다 됐다고 부르니 벌써 세수 다하고 옷도 다 입고 나타나서는 오늘은 스쿨버스에 안 늦겠다고 또 씩 웃는다.
딸내미라서 그런지 5살짜리가 철이 들어도 너무 들었다. 어찌 안 이뻐할 수가 있을까.

아빠의 말문을 막는 예지의 한 마디

Posted on Sep 30, 2011 Comments

“아빠, 엄마가 집에 오면 배고플텐데 밥 안쳐야 되겠는데?”

“아빠, 예지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안 좋아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

(아침에 냄비 뚜껑 열어보는 엄마를 보고) “국 쉬었어요?”

엄마, 미팅 잘하고 오세요!

Posted on Feb 13, 2011 Comments

예지는 나랑 닮은 구석이 많으면서도 종종  ‘확실히 딸은 좀 다르구나’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다. 엄마와 아빠가 다투고 있는 것 같으면 쪼르르 와서 “아빠, 나쁜 소리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가끔은 꽤나 철이 든 소리를 해서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월요일에 예지 엄마는 지도교수와 미팅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지난 주 일요일은 내가 예지를 재웠는데 엄마가 잠자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 자는데 안 와보는 것이 이상해 보였었나 보다.

예지: 아빠, 엄마는 뭐해요?
나: 엄마는 내일 선생님이랑 미팅이 있어서 그거 준비하고 있어요.
예지: 왜 내일 미팅이 있어요?
나: 선생님이랑 내일 만나기로 했대요.
예지: 선생님이랑 미팅하면 뭐해요?
나: 응, 엄마가 선생님이랑 논문쓰는 게 있는데 그거 얘기할 거예요. …(후략)

다음날. 보통 예지 엄마의 출근 시간이 가장 이르기 때문에 아침에 나서면 예지 엄마를 제일 먼저 떨궈준다. 근데 엄마가 차에서 내려서 문을 닫으려는데 예지가 급하게 엄마를 부르더니 “엄마, 미팅 잘하고 오세요!” 한다.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도 신통하지만 엄마하고 빠이빠이 할 때 그런 이쁜 말을 던지는게 참 기특하다. 딸은 이런 재미로 키우나보다.